INTERIORS 2019년 6월호

INTERIORS KOREA CAFE : 굴림 Goollim


REPORTER : 정인호

겉모습은 단출하지만 왠지 모르게 눈길을 끄는 빵집이 반포동 한적한 골목에 들어섰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목, 자칫 지나쳐 버리기 쉬운 자리에 위치한 이 빵집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정감이 간다. 이곳의 빵처럼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바로 베이커리 카페 ‘굴림’에 대한 이야기다. DESIGN STUDIO MAOOM은 열 평 남짓의 자그마한 공간을 시선이 머무는 장소로 정갈하게 풀어냈다. 굴림은 두 개의 매장으로 나뉜 공간이었다. DESIGN STUDIO MAOOM에서는 벽체를 허물어 기존 공간을 넓히지 않고, 작은 그대로의 공간에 확장성을 주고자 했다. 잔잔하게, 길 전체를 아우르는 부드러운 빛의 여백을 담는 방식으로 풍경을 계획하고자 했다. 카페의 외부에 있을 때와 내부의 길로 들어섰을 때, 그리고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보이는 여백의 잔상들은 무심코 보면 비슷하지만 차분히 응시하면 각기 다른 감각을 환기해준다. 공간의 파사드를 마주하게 되면 먼저 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디자이너들은 이곳에 닿는 시선이 마치 쉼표처럼 머물 수 있도록 외부와 베이킹 공간 사이에 길을 두어 은근하고 담백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사람들은 이 빛의 여백을 따라 빵을 고르면서도 길 끝에 시선을 남기게 되는데, 그곳으로 걸어가면 커피와 빵을 즐길 수 있는 자리까지 자연스레 향하게 된다. 이 길에는 반듯하고 곧은 선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빵에 대한 파티시에의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내부에서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우드의 톤앤매너를 통해 안정감과 따뜻함을 주고 있다. 특히 테이블 존은 노출 천장이었던 기존 공간의 층고를 일부러 낮춘 것으로, 굴림이 주는 묵직함과 부드러움을 더욱 온전히 느끼게 해 준다. 또한, 굴림에서는 빵의 디스플레이에서 새로움을 찾고자 하였다. 디자이너들은 빵을 수평적으로 나열하는 구성에서 벗어나, 빵을 하나의 도형으로 바라보고 이를 부각하고자 하였다. 빵 각자의 크기에 맞추어 필요한 시선의 높이를 재구성한 자리들이 또 하나의 작은 풍경으로 보이도록 계획한 것이다. ‘굴림’은 반죽 과정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행위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빵의 형태를 접목한 이러한 디스플레이는 카페의 정체성을 더욱 친근하고 재미있게 전달해준다. 굴림은 작은 공간임에도 특별한 순간을 선사하고 이를 잔상으로 남길 수 있도록 다듬은 흔적들이 엿보인다. DESIGN STUDIO MAOOM은 빵을 고르고, 길을 따라 걷고, 여백 너머의 장면들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이 손님들에게 새로운 선물이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공간을 가로지르는 좁은 길을 따라, 움직이는 시선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굴림의 풍경은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스며들 것이다.

| DESIGN STUDIO MAOOM /
최민규, 김연종, 이정환, 심재용, 장희연, 오정훈, 문지인, 김인동
(02)523-3013 www.d-aoom.com
위치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로42길 11
면적 34㎡
바닥 에폭시, 우드플로링
벽체 도장
천장 우드패널, 패브릭, 도장
│사진 SOULGRAPH / 진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