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IORS 2020년 10월호

INTERIORS KOREA CAFE : 쿤 커피 CUUN咖啡店 CUUN Coffee


EDITOR : 김승훈

이장욱의 단편소설 (광장》속 등장인물 김수는 창공에 널린 구름을 보고 코끼리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에게 구름이란 먼지와 수증기의 집합이 아닌, 대도시를 초원 삼아 걷는 하나의 생명이었다. 동물(動物)을 직역하면 '움직이는 물체'이니, 부유하는 구름에게서 코끼리를 상상한 접근 방식이 틀린 건 아닐지도 모른다. 김수는 생각한다. '구름이란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성질을 가졌다고, 어떤 사물을 보고, 원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 그런 사람은 소설 바깥에도 존재한다. 디자인 스튜디오 마움(Design Studio MAOOM)은 구름 대신 현장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이 찾은 곳은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외지인에겐 '전주 한옥마을'로 더욱 친숙한 지역이다. 한때 '마을'이었던 곳이, 어느 순간 '관광지'로 변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배경을 살피려면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 2010년, 전주는 이탈리아에서 불어온 슬로시티(slow city) 운동의 영향권에 접어든다. '느림의 미학'이 허용된 덕분에, 성장과 개발의 풍파 속에서도 한옥마을만의 고유한 향을 지킬 수 있었다. 다소 낯선 풍경의 시차(時差)'는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졌고, 거기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전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2010년 350만 명이 던 누적 방문객 수는, 6년 뒤 1,000만 명까지 치솟았다. 전염병 창궐을 예상치 못한 작년 8 월 말에도 644만 명 관광객이 전주를 찾았다. 사람이 모이자 상권이 부풀어 올랐고, 숙박시설도 증가했다. 디자인 스튜디오 마움이 찾은 현장은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였다.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하던 1층과 옥상을 카페로 재구성하는 일, 분절된 공간을 하나로 설계하는 일이 순탄해 보이진 않았지만, 그럴수록 현장을 차근차근 살펴봤다. '장소에서 얻은 경험이 모든 이 야기의 시작'이라는 믿음으로, 믿으면 복이 온다고 했던가. 옥상 위에 펼쳐진 고즈넉한 풍경이 이야기의 서문을 열었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옥마을만의 예스러운 모습, 거기에 매료된 설계팀은 계단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음료를 주문하고 옥상에 올라 경치를 감상하는 과정이, 구름 위에 올라 뙤약볕 쬐며 세상을 유람하는 신선(神仙)의 모습과 유사하지 않을까라고, 소설 속 인물이 고개를 들어 구름을 본 것과는 반대로, 이들은 옥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험을 통해 구름을 도출해냈다. 뜬구름 잡는 듯한 상상은, 단어와 만나 하나의 덩어리가 됐다. 디자인 스튜디오 마움은 구름을 뜻하는 클라우드(cloud)의 'C'와 '구름 운(雲)'의 발음을 결합해 이곳을 '쿤 커피(CUUN Coffee)'라 불렀다. 이름 다음엔 BI(Brand Identity)를 제작했다. CUUN이란 단어에 꼬리 구름 모양을 입혀, 구름을 벗 삼는 공간의 성격을 함축적으로 드러냈다. 정체성이 몸집을 키우자, 작업은 순풍을 탄 듯 매끄럽게 진행됐다. 남은 건 공간 구성 작업이었다. 구름이 머무는 형태를 실내에 연출하고자 이들이 선택한 건 가구다. 다양한 형태와 층 위로 이루어진 구름 모형의 가구를 설계한 다음, 현장 답사를 해 공간에 적합한 모양을 골랐다. 이렇게 완성된 22개의 흰 가구들은 공간 이곳저곳을 유랑한다. 가구들 사이에는 다양한 형태의 석재를 배치, 마치 운무(雲霧)들이 산등성이를 벗 삼아 숨바꼭질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어디선가 나타나 어디론가 흘러가는 구름의 모습은, 일상을 비일상으로 갈아입은 여행객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은 이동 범위와 보폭을 좁혀야 하는 시국이다. 모든 구름들이 정체(停滯)된 상황, 여행은 금기가 돼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일고 있다. 먹구름 뒤에는 한 줄기 빛(Silver Lining)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마스크가 걷히고 숨통이 트이면, 전주 한옥마을에는 다시금 수많은 '구름'들이 양 떼처럼
모여들 것이다. 쿤 커피는 '쉼표' 모양으로, 그 날을 기다린다. 구름은 떠다니지만, 공간은 흐르지 않고 머무르기에.

-

Once a “village” in Wansan-gu, Jeonju, Jeollabuk-do, this area is more familiar to outsiders as “Jeonju Hanok Village”. In 2010, Jeonju was influenced by the “slow city” movement from Italy. Thanks to the “aesthetics of slowness”, Hanok Village was able to preserve its unique atmosphere despite the storm of growth and development. Somewhat unfamiliar “parallax of scenery” was reported through various media, and as people attracted by it gathered in Jeonju, the village turned into a tourist destination.
People‘s gathering made commercial districts expand and accommodations increase. The task given to Design Studio MAOOM was to reconstruct the first floor and rooftop of a house used as a guest house in Jeonju Hanok Village, into a cafe. The design team was inspired by the scene. It was based on their belief that “the experience gained from the place is the beginning of every story”.
The design team started the story from the quiet landscape seen from the roof. Fascinated by the traditional appearance of Hanok Village as strangers, the design team thought that the process of ordering drinks and getting on the rooftop to enjoy the scenery would be similar to that of a Taoist hermit sunning on clouds and cruising the world.
A cloud-like imagination combined with words, became a mass. Compounding a letter “C” of English cloud with “UUN” Korean pronunciation of Chinese character meaning cloud, Design Studio MAOOM named this place “CUUN Coffee”. And by putting a tail cloud on the word CUUN, they produced BI that implicitly reveals the nature of the space communing with clouds. It is furniture that they chose to create the shape of the clouds. Twenty-two white furnitures designed as cloud models in various shapes and layers, wander from place to place. Various stones were added among the furnitures to create a scene in which clouds and mist would play hide-and-seek on the ridge.
Clouds which appear from somewhere and flow away to somewhere, look like the travelers whose daily life was changed into non-daily one. However unfortunately, this is the time when we have to narrow down the moving scope. All “clouds” are in a stagnant situation. Travel has been forbidden.
Nevertheless, we know that there is a silver lining behind every cloud. When we may take off masks and breathe freely, numerous “clouds” will gather like sheep again in Jeonju Hanok Village. CUUN Coffee is waiting for the day in the shape of “comma”, because the space stays in its place without flowing although clouds keep on floating.

| DESIGN STUDIO MAOOM /
최민규, 김연종, 이정환, 심재용, 김인동, 이명원, 신세현, 박세연
(02)523-3013 www.d-maoom.com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면적 : 81㎡
바닥: 스타코
벽체 : 도장, 샌딩
천장 : 도장
사진 : 진성기 / 쏘울그래피